자하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준비하던 작가는 당초 이곳에 일종의 목욕탕을 설치하려 했다. 미술관 주변 숲에서 타일이 박힌 욕조에 걸터앉아 인왕산의 정기와 숲의 기운으로 '예술 샤워'를 하며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답답했던 숨통을 터보자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산불이 발생하면서 계획이 변했고 목욕탕은 욕조가 됐다. 화마가 지나간 자리에 설치된 욕조는 투병했던 작가가 목욕할 때마다 몸속의 병도 쓸려나갔으면 하고 생각했던 개인적인 경험과도 연계된다.
자하미술관에서 1일 시작된 지나손의 개인전 '인왕목욕도'는 내부 전시장은 물론 미술관 좌우의 숲 3천여평을 전시 공간으로 삼았다.
미술관 동쪽 숲에는 설치 작업 '여름에 피는 색'이 들어섰다. 동대문시장에서 구한 색색의 천들을 재단해 색을 조합하고 곶감호두말이처럼 원형으로 싸맨 다음 원형 땅을 파고 일일이 꽃을 심듯이 심었다. 지름 5m 둥근 꽃밭 모양의 설치 작업 위로 비가 내린 뒤 땅속에 있던 알 수 없는 식물의 뿌리가 원단들을 뚫고 올라왔다. 아침엔 멧돼지가 다녀간 흔적도 남았다. 작가는 "내 작업에서 마지막 터치는 자연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하미술관 인근 숲에 설치된 '여름에 피는 색' 앞에서 지나손 작가가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실내 전시장에는 작가의 서명만 있는 캔버스가 놓였다. 캔버스를 두고 허공에서 붓이나 크레파스 등을 들고 그림을 그리듯이 퍼포먼스 한 뒤 서명해 완성한 '허공에 그리다' 연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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